한국인 최초의 필즈상 수상자인 수학자 허준의의 졸업축사입니다
그가 삶을 살아가는 방법과 방식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의 인생론입니다
이 연설에서 몇가지 말씀을 깨달고 자신의 삶의 길을 가면 성공합니다
그는 "말죽거리 잔혹사"에 나오는 8학군 상문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출신으로 서울대학의 물리학과를 방황하면서 졸업했습니다
다만 그는 대학에서 일본 수학자 히로나카를 만나서 어려운 강의를 끝까지 들었습니다
그는 히로나카(広中平祐, 1931년~ )를 따라서 미국으로 유학했습니다
이 때부터 허준이는 수학자가 되었다 좋은 스승을 만나서 그의 수학적 재능이 꽃피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필즈상을 수상한 일은 수학이라는 학문 분야에서 거의 기적에 가깝습니다
허준이는 수학천재가 아닌 사람이 최초로 필즈상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문*)
우리가 팔십 년을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하면 약 삼만일을 사는 셈인데, 우리 직관이 다루기엔 제법 큰 수입니다. 저는 대략 그 절반을 지나 보냈고, 여러분 대부분은 약 삼 분의 일을 지나 보냈습니다. 혹시 그중 며칠을 기억하고 있는지 세어 본 적 있으신가요? 쉼 없이 들이쉬고 내쉬는 우리가 오랫동안 잡고 있을 날들은 삼만의 아주 일부입니다. 먼 옛날의 나와, 지금 여기의 나와, 먼 훗날의 나라는 세 명의 완벽히 낯선 사람들을 이런 날들이 엉성하게 이어 주고 있습니다. 마무리 짓고 새롭게 시작하는 오늘 졸업식이 그런 날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하루를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학위 수여식에 참석할 때 감수해야 할 위험 중 하나가 졸업 축사가 아닌가 합니다. 우연과 의지와 기질이 기막히게 정렬돼서 크게 성공한 사람의 교묘한 자기 자랑을 듣고 말 확률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겁이 나서, 아니면 충실하게 지내지 못한 대학 생활이 부끄러워 십오 년 전 이 자리에 오지 못했습니다만, 여러분은 축하 받을 만한 일을 축하 받기 위해 이를 무릅쓰고 이곳에 왔습니다.
졸업식 축사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요? 십몇 년 후의 내가 되어 자신에게 해줄 축사를 미리 떠올려 보는 것도, 그 사람에게 듣고 싶은 축사를 지금 떠올려 보는 것도 가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당연하게 떠오르는 말은 없습니다. 지난 몇천 일, 혹은 다가올 몇천 일간의 온갖 기대와 실망, 친절과 부조리, 행운과 불행, 그새 무섭도록 반복적인 일상의 세부 사항은 말하기에도, 듣기에도 힘들거니와 격려와 축하라는 본래의 목적에도 어울리지 않을 것입니다. 구체화한 마음은 부적절하거나 초라합니다.
제 대학 생활은 잘 포장해서 이야기해도 길 잃음의 연속이었습니다. 똑똑하면서 건강하고 성실하기까지 한 주위 수많은 친구를 보면서 나 같은 사람은 뭘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잘 쉬고 돌아오라던 어느 은사님의 말씀이, 듬성듬성해진 성적표 위에서 아직도 저를 쳐다보고 있는 듯합니다. 지금 듣고 계신 분들도 정도의 차이와 방향의 다름이 있을지언정 지난 몇 년간 본질적으로 비슷한 과정을 거쳤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더 큰 도전,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고, 끝은 있지만 잘 보이진 않는 매일의 반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힘들 수도, 생각만큼 힘들 수도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어른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거부하라. 타협하지 말고 자신의 진짜 꿈을 좇아라. 모두 좋은 조언이고 사회의 입장에서는 특히나 유용한 말입니다만, 개인의 입장은 다를 수 있음을 여러분은 이미 고민해 봤습니다. 제로섬 상대평가의 몇 가지 퉁명스러운 기준을 따른다면, 일부만이 예외적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줍니다. 취업 준비, 결혼 준비,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산만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오래전의 제가 졸업식에 왔다면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고민했습니다만 생각을 매듭짓지 못했습니다. 그가 경험하게 될 날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가슴 먹먹하게 부럽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에게 선물할 어떤 축사를 떠올리셨을지 궁금합니다.
수학은 무모순이 용납하는 어떤 정의도 허락합니다. 수학자들 주요 업무가 그중 무엇을 쓸지 선택하는 것인데, 언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가능한 여러 가지 약속 중 무엇이 가장 아름다운 구조를 끌어내는 지가 그 가치의 잣대가 됩니다. 오늘같이 특별한 날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하니 들뜬 마음에 모든 시도가 소중해 보입니다. 타인을 내가 아직 기억하지 못하는 먼 미래의 자신으로, 자신을 잠시지만 지금 여기서 온전히 함께하고 있는 타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졸업생 여러분, 오래 준비한 완성을 축하하고, 오늘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합니다.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 주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https://youtube.com/shorts/aqExnIyeBdM?si=kim04JIqkzu3mFWk
주의 깊게 허준이 말씀을 경청하십시오 이것은 인생의 길입니다
이 수학자의 말씀을 듣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십시오
"기하학에는 왕도(王道)가 없다" - 누구나 성공의 길은 열려있습니다
이분은 한마디로 초신성(超新星, supernova)입니다
왜냐하면 수학자과 시인 사이에 고민을 하고,세계 수학올림픽 등에서
1등 메달을 딴 일도 없습니다
필즈상은 진짜로 타기 어려운 상(賞)입니다 그에게는 오로지 행운입니다
중요한 계기(화약의 심지에 불을 붙이다)는 스승님 히로나카를 만난 일입니다
히로나카 (일본인 필드 수상자)가 그를 수학자로 다시 창조했습니다
(*본문*)
'수학계의 노벨상'이자 세계 3대 수학상 중 가장 역사가 오랜 필즈상. 4년에 한 번 국제수학연맹(IMU)가 개최하는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탁월한 연구를 한 학자에게 주는 필즈상은 기초 학문 분야에서는 가장 유명한 상 중 하나죠. 시상식이 열리는 해의 1월1일을 기준으로 만 40세 미만이어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됩니다.
1936년 필즈상이 창설된 이래 이 상은 한국과 인연이 없었습니다. 수상자 목록엔 한국인은 물론 외국 국적을 가진 한국계도 오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5일(현지시각), 처음으로 한국계 수학자가 필즈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현재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이자 한국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를 맡고 있는 허준이(본명 June Huh)입니다. 금메달과 함께 1만5000 캐나다 달러(한화 약 1500만 원)가 부상으로 주어집니다.
허준이 교수는 미국인이기 때문에 이번 결과로 필즈상 수상자 한 명을 더 얻게 된 건 미국이지만, 그가 수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수학계 최고 권위의 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가 어릴 적엔 별로 수학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정확히는 입시와 연관된 수학이 어린 그에게 기쁨을 주지 못했죠. 아버지인 허명회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명예교수도 허준이 교수가 수학에 마음을 붙이도록 하지는 못했고요.
허준이 교수는 올 초 조선일보에 세계적 수학자가 되기까지의 작은 에피소드 몇 개를 풀어 놓았어요.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가 풀게 한 수학 문제집의 답을 전부 답안지를 베껴 넣는가 하면, 들켜서 답지를 뺏긴 후 동네 서점에서 같은 문제집의 답안지를 베낀 일화도 있죠. 중3 때 특수목적고에 가 볼까 싶어 상담을 하자 선생님으로부터 '지금 (수학을)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결국 일반고에 진학했지만 학교 시스템 적응도 쉽지 않았고, 시를 쓰고 싶어 고등학교를 자퇴했습니다. 좋아하는 시인은 기형도였다고 하네요.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얻은 허준이 교수는 서울대학교 물리학부로 진학했습니다. 학부 4학년 시절 '필즈상 선배(1970년 수상)'이자 하버드대학교 명예교수였던 히로나카 헤이스케와의 만남은 그를 수학의 세계로 강하게 이끌었습니다. 한국에선 <학문의 즐거움>의 저자로도 잘 알려져 있는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수학자입니다. 마치 등단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그만둔 허준이 교수처럼요.
늦은 시작 이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수리과학 석사 과정을 졸업한 허준이 교수는 일리노이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유명한 난제 '리드 추측'을 풀어 버리며 미시간대학교로 적을 옮겨요. 이후엔 '로타 추측' 등 수많은 난제들을 차례로 증명한 그를 두고 수학·과학 전문매체 콴타매거진은 '테니스 라켓을 열여덟 살에 잡았는데 스무 살에 윔블던 우승한 격'이라고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몇 되지 않는 국내 인터뷰에서 달변을 자랑하며 수학의 매력과 한국 입시 수학의 병폐를 함께 역설하던 허준이 교수는 수상 직후 매일경제로부터 '젊은 학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이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의 답변은 "스스로에게 친절하라"였어요. 사람에겐 여러 캐릭터가 있습니다. 어려운 주제에 접근하기 위해선 학자 캐릭터와 그 외의 캐릭터가 맞아야 한다는 거죠. '스스로에게 친절하라'라는 말은 학자 캐릭터 이외의 자아를 파괴하지 않으려 노력하라는 뜻으로 들려요. 그리고 이건 젊은 학자들 뿐만 아니라 삶에 지치지 않기 위한 모든 순간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이기도 하고요
Credit
에디터 라효진
(*본문(本文)은 모두 프랑스 잡지 "ELLE"에서 빌려온 글입니다*)
한국계 첫 필즈상 받은 허준이 교수는 시인이 되고 싶어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소설 속 수학 천재만 받는 줄 알았던 필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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