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집 근처 서점에 가면 텅 비어 있을 때가 많다.
출판업의 불황 때문에 동네 서점이 문을 닫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대형마트 내 서점도 손님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서점에 가지 않게 된 이유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인터넷으로 책을 사거나, 전자책(e-book) 활용의 영향 등을 들 수 있겠다.
또 영상시대를 맞아 시각적 효과를 중시해
한국의 영화관을 가보면 영화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서점과 달리 사람이 붐비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서점이 우리 삶의 공간에서 없어지고 있는 것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상황이 다르지는 않다.
그럼에도 출판 강국 일본은 단행본으로 나온 책이
1년 정도 뒤 문고본으로 다시 출판하는 게 상례다.
문고본은 단행본에 비해 값이 절반 가까이 싸다.
또 휴대가 간편해 갖고 다니기가 편리하므로
일본에서는 전철에서 책 읽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문고본은 본래 독서 문화 조성을 위해
보급용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그 목적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처럼 일본에서 문고본이 발달한 이유는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나 읽고 싶어 하는 욕구를
문고본이 채워주기 때문으로,
문고본은 현대인의 일상생활에 잘 부합된다.
그런데 한국에서 출판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에서 문고본이 활성화하지 않는 이유는
‘무슨 책을 읽고 있는가’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표지가 얼마나 예쁜가’하는 것이
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서점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곳이다.
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한 어느 설문조사에 따르면,
책을 사는 이유에 대해
48%가 ‘서점에서 책을 보고 왠지 읽고 싶어져 구입했다’고 한다.
그다음으로는
‘좋아하는 작가의 새 책이 나와서’와 ‘책 평가가 좋아서’가 각각 28%였다.
서점에 가보면 책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어
이용에 편리하고,
훑어보다가 관심이 없던 분야지만
읽고 싶은 열정을 느끼는 책과의 우연한 만남도 있다.
책은 독자로 하여금 내용을 상상하면서 읽게 한다.
책은 영상과 달리 상상력만으로 읽어야 하기에
줄거리 파악에 어려움이 있을지 모른다.
당장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책의 효용성이 떨어질지 모른다.
컴퓨터로 검색하면 정확하고 빠르게 내용을 알 수 있으므로
책을 통해 얻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책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책은 내면에 남아있는 해묵은 고뇌와 갈등도 말끔히 씻고
몸과 마음도 더욱 성숙하게 해준다.
이제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팔고 사는 공간이 아니다.
요즘 서점은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서점을 가까이해 삶의 즐거움을 더해보자.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 교사
(세계일보, 2019년 3월 7일에서
빌려온 글입니다)
'흐린 못에 새우를 넣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은 러시아의 전쟁승리 74주년입니다 (0) | 2019.05.09 |
---|---|
유엔이 북조선을 반인륜국가범죄조직으로 선언하다 !!! (0) | 2019.04.15 |
중국경제의 곡(哭)소리 - 중국 무산계급의 해방의 길로 들어서다 (0) | 2019.02.13 |
도서관에 가서 공부와 번역을 하면서... (0) | 2019.02.09 |
독일의 유럽통일과 일본의 동양통일 (0) | 2019.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