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출가 수행자의 식생활
1 자이나교의 생물에 대한 견해와 채식주의의 배경
자이나교의 불살생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생물에 대한 견해, 즉 이것은 생물을 어떤 범주(範疇, 카테고리 category)에 적용시켜서 이해하는가의 문제입니다. 藤永伸[1990 : 57~58]에 의하면, 자이나교에서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생명체(生命體, 지바)와 물질(物質, 아지바)로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더욱이 생명체는 움직일 수 있는 것(토라사)과 움직일 수 없는 것(즈타바라)이라는 하위 구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생명체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감각기관의 갯수라는 특별한 기준에 따라서 분류할 수 있다. 즉 가장 적은 수, 즉 촉각이라는 단 한 개의 감각기관만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와, 앞서 설명한 움직이지 못하는 생명체는 그 범위가 서로 완전히 일치한다(*9). 그리고 그 「촉각만을 가지고」 「움직이지 못하는」 생명체라는 카테고리 중에는, 식물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은 추론으로, 자이나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식물은 「생명체」로서 명확하게 정의를 내릴 수 있다고 인정한다. 결국에 우리가 (혹은 필자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생각하듯이, 「식물은 생물이 아니다」 = 「채식주의는 불살생주의이다」라는 구도(構圖, composition)는 자이나교에 있어 성립할 수 없다. 자이나교의 정의에 따르면 식물을 먹는 것도 생물을 해치는 일 다름 아니다. 그러면 어떤 이유에서 그들은 채식주의와 불살생주의의 일치를 지키고 있는 것일까. 출가 수행자에 한해서 말하면, 그들은 탁발(托鉢)이라는 행위로 먹을 것을 얻기 때문에, 이상적인 불살생주의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탁발
출가 수행자는 불살생의 맹세를 철저히 하기 위하여, 불을 사용하여 요리하는 것도, 야채나 과일을 수확하는 일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물을 얻고자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보시를 받지 않으면 안된다(사진10). 즉 자이나교 출가수행자는 탁발만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다. 탁발로만 얻은 음식은 생명으로서 가치가 가능한 한 배제된 것으로 제한한다. 나중에 설명하듯이, 재가신자들에게는 식물류를 조리하는 것을 허락한다. 그리고 재가신자의 손으로 완전히 조리된, 생명체로서 가치를 배제한 것만이 탁발로 받아서, 출가수행자의 입으로 들어갑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process)을 거쳐서, 출가 수행자는 식생활에 있어서도 완전한 불살생을 실천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이 탁발의 행위는 백의파 출가수행자도, 공의파 출가수행자도 공통적으로 행해지는 필수적인 일이며, 자이나교 출가수행자의 식생활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자이나교 특히 백의파 출가수행자가 탁발하러 나가서 음식을 받는 일을 고챠리라고 한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소처럼 걸어 다닌다」는 뜻이다. 이것은 출가수행자가 음식물을 모을 때는 예상이나 계획 없이 무작위로 걸어 다니고, 각 장소에서 그릇에 그저 조금씩 모아서 음식을 구한다는 일에서 유래했다. 기본적으로 백의파의 출가수행자는 하루에 두 번, 탁발을 하러 돌아다니며 음식물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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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발은 자신의 분량만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집단에 속하는 다른 출가 수행자의 분량도 모우러 가며, 집단이 머물고 있는 장소에 되돌아가서 분배하여 모두 소비한다(*10). 재가신자와 식사의 장소를 함께 하는 일은 없다. 자이나교 백의파의 성전 속에도, 출가수행자의 생활을 세밀하게 규정하는 문헌에는, 출가수행자가 「무엇을 반드시 먹어야 하는가/무엇을 반드시 먹지 말아야 하는가」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아래에서 보듯이, 「어떻게 하여 음식을 받을까」 또는 음식을 받는 과정에 있어서 어떻게 살생과 관련된 요소를 배제할 것인가, 라는 탁발할 때에 필요한 방법론이 굉장히 많이 적혀 있다. 지금부터, 데오 [Deo 1956 : 168-]의 설명을 주로 참고하면서 탁발에 대한 불살생의 실천에 대해 살펴보자.
3 탁발에 있어서 불살생
탁발을 나갈 때도 살생과 관련된 것이 없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요컨대 지나가는 길에 생물이 많이 있는 길은 반드시 피한다. 그래서 미세한 생물을 밟아서 뭉게는 일이 없도록 앞을 항상 확인하면서 걷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또한 큰 비가 내리거나 강한 바람이 불 때 그리고 공중에 벌레가 많이 날아다닐 때는 반드시 탁발을 나가지 말아야 한다. 이것도 어쩌면 탁발을 하면서 부주의하게 생물을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살생에 관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살생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것은 보시를 행하기 직전에 살생과 연관된 행위를 한 자로부터 음식을 반드시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살생에 관여하여 「더러운」 손으로 보시가 이루어지는 것을 극히 혐오하기 때문이다. 또한 몇 번이나 그릇을 옮겨 담은 음식물을 반드시 받지 말아야 한다. 그릇을 옮겨담는 과정에서, 부주의하게 생물이나 그밖의 반드시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이 섞여 들어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진10 – 탁발용 그릇을 가지고 재가신자의 집을 방문한 출가수행자 (구쟈라토주 아메다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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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젖은 손과 국자, 또한 먼지 등이 붙어 있는 손이나 국자로 주는 보시는 반드시 받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아마도 같은 이유에 바탕을 둔 것이다. 생명체가 들어있는 음식물을 반드시 받지 말아야 하는 것도 말할 필요조차 없지만, 물에 관련된 것도 똑같은 말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불살생의 철저함이 나타난다. 즉 완전히 조리되고, 반드시 생물로서 가치를 전혀 담지 않은 음식을 받아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며, 물도 또한 재가신자의 손을 거쳐서 완전히 끓여서, 반드시 생명이 전부 포함되지 않은 것을 마셔야 한다.
음식과 관련된 불살생의 실천은 이 밖에도 야식의 금지를 들 수 있다. 이것은 건강에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언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도 역시 어두워지면 잘 보이지 않는 음식물 속에 「작은 생물이 섞여 들어가 있어서」, 그것을 몰라서 모르기 때문에 해를 입힐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라는 이유가 일반적이다. 출가 수행자는 해가 지기 전에 하루의 음식을 끝마치지 않으면 안 되고, 해가 뜨기 전에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4 탁발은 우연히 발생해야 한다
출가 수행자에게 제공된 음식물은 어디까지나 「나머지」을 얻어야 한다. 즉 가정에서 식사를 할 때에 「우연히」 얼마 쯤 음식물이 남아 있고, 그곳에 「우연히」 출가 수행자가 마침 탁발하러 지나가다가 얻는 방식(style)이 가장 이상적이다. 왜냐하면 이같이 일련의 주고받는 과정에서, 탁발하는 수행자에게는, 음식물에 대한 욕구나 집착이 전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집착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이나교의 출가 수행자에게 이것은 중요한 과정(process)이다 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재가신자가 탁발하는 출가 수행자을 위해서 특별히 음식을 조리해서 제공한다 해도, 출가 수행자는 그 음식을 받을 수가 없다. 요컨대 초대를 받은 식사는 금지되어 있다. 그 이유는 특정한 재가신자와 의존관계가 확립되거나, 어떤 한 집에 부담이 집중되는 것을 피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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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유로 탁발하는 출가 수행자가 재가신자에게 부탁하여 멀리 떨어진 장소에 있는 것을 가지고 오라고 한다거나, 특별히 물건을 사러 보내거나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또한 탁발에 있어 우연성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틀림없이 보시를 받을 수 있는 장소, 예를 들면, 친척의 집이나, 식사를 대접하는 연회장 등에 가서, 보시를 받는 일을 권장하지 않는다. 더욱이 보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발적인 일이기 때문에, 따라서 그 결과를 보고서 기쁘하거나 우울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소처럼 돌아다닌다」 , 즉 아무렇게 집들을 방문하기 때문에, 지그재그로 집들을 돌아다니거나, 소용돌이치면서 돌아다니거나 하는 등 가는 길마저도 세밀하게 정해 놓았다. 탁발하러 가는 데 적당한 시간도 정해 놓았고, 가정에서 식사가 마침 끝나는 시각에 가가호호를 돌아다녀야 하고, 재가 신자(대부분 여자)가 가족을 위해서 요리를 준비하는 시간 등에는 결코 방문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5 보시하는 사람과의 관계
출가 수행자는 결코 재가 신자와 친밀하게 만나서는 안 되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하므로, 침상을 제공해주는 재가 신자로부터 음식물을 보시로 받는 것도 금지한다. 즉 한 사람에게 많은 것을 의존하는 것은 재가 신자와 거리를 가깝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은 또는 이런 일은 한 사람의 시주에게 부담이 집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출가 수행자는 반드시 정치적 권력자와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왕 등이 사는 집에 함부로 들어가서 보시를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6 식사할 때의 자세
「탁발의 결과에 좋거나 나쁘거나 하지 않는다」는 사항에 덧붙여, 그 밖에도 식사할 때에 마음가짐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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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식사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만큼 가장 적게 먹어야만 한다. 또한 맛좋은 것을 맛보며 먹어서는 안되고, 맛에 탐닉하여 집착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식사를 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일 따름이다. 맛과 음식 그 자체에 집착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河崎 2016 : 19~20]. 따라서 탁발로 얻은 음식물을 긴 시간동안 보관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하지만 이것은 위생에 대한 고려, 즉 썩은 음식물을 먹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많은 것을 저장하지 않는다는 불소유(不所有)에 대한 맹세의 관점에서 권장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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