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재가와 출가
다음으로, 사진4의 존재에 대해서 언급하겠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백의파에 속한 자이나교 신자 모두가 흰옷을 몸에 걸치고 있는가 어떤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공의파에 속한 자이나교 신자 모두가 어떤 것도 몸에 걸치지 않은 채 나체로 있을 턱이 없습니다. 흰옷을 걸치고 있는 사람들 (사진2)은, 백의파 중에서도 「출가수행자」, 즉 스님이고, 마찬가지로 공의파에 속해서 아무 것도 몸에 걸치지 않는 사람들(사진3)도 스님(그러나 극히 일부이다)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얼핏보기에 다른 대부분의 인도사람(예를 들면, 힌두교신자)과 다름없이 양복을 입고, 생활을 하는 자이나교 신자를, 재가신자라고 부르며, 사진4에 해당합니다. 요컨대, 백의파와 공의파 속에는 다같이 출가수행자와 재가신자라는 2가지 그룹이 존재합니다(*4). 일본사람이 평소에 비즈니스 사업 등으로 만날 기회가 있는 사람은, 이와같은 재가신도들입니다.
이처럼, 출가수행자와 재가신자의 구별은 명확합니다. 그래서 백의파도 공의파도 출가수행자가 일단 출가하면, 다시 환속(還俗, 스님을 그만두고 다시 일반인이 되는 것)하지 않는 한, 재가신자와 같은 옷차림을 하지 않습니다. 또한 쉬는 날에 양복으로 바꾸어 입고 거리를 걸어 다니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출가수행자라면 경제적 활동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수행할 때에 흰옷을 몸에 걸치고, 다시 비즈니스 사업을 할 때는 양복으로 바꾸어 입는 일은 결코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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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말하지만, 자이나교의 출가수행자와 재가신자 사이에는 의식주 면에서 모든 형태가 구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출가수행자에게는 출가수행자의 생활 방식(앞에서 언급했던 사문(沙門)이 그러한 모델입니다)이 있고, 재가신자에게는 재가신자의 생활 방식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지만, 양자는 함께 마하비라의 가르침을 따르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5 대서계와 소서계
출가수행자와 재가신자란 비록 똑같은 가르침을 따르고 있을지라도, 다른 형태(style, 스타일)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양자 사이에 존재하는 생활양식의 차이는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규칙을 정해놓고, 이 규칙을 지키는 정도의 차이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요컨대, 같은 규칙이라도, 출가수행자와 재가신자 사이에는 그 엄격함에 차이가 존재하고, 그에 따라서 생활 양식에도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앞에서 설명한 5가지 서계(誓戒, 맹세를 하고 조심해야만 하는 종교적 규칙)에 대한 것입니다. 즉 출가수행자에게 있어 5가지 서계는 「대서계(大誓戒)」로고 부르며, 같은 조항이라도, 재가신자의 서계는 「소서계(小誓戒)」라고 부르며, 이 2가지 서계를 구별합니다. 서계의 크고 작음은 그 정도의 차이이고, 출가수행자는 이 5가지 맹세를 보다 완전한 형태로 지키고, 재가신자는 출가수행자와 비교하여 약간 느슨한 맹세로 지키면서 일상생활을 보냅니다.
가장 근본적인 맹세로서 「살아있는 존재에 상처를 입히지 말라(불살생)」에 대한 차이는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그 밖의 맹세 중에서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어보면, 「물건을 소유하지 않는다(불소유)」라는 맹세에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 출가수행자는, 나중에 「출가수행자가 지닐 수 있는 물건」의 항에서 소개하듯이,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가질 것을 허락한다. 하지만, 재가신자는 일반적으로 집에서 살고, 속세에서 생활하는데 필요한 가구, 옷, 자동차 등 이동 수단을 소유한다. 불필요하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출가수행자들이 가진 물건의 양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은 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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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가지의 맹세인 「성적으로 금욕을 지킨다」는 항목에 있어서, 출가수행자와 재가신자 사이에는 차이가 보인다. 물론 이것도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출가수행자는 성적인 관계는 처음부터, 이성과의 물리적인 접촉 자체를 철저하게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한편으로, 재가신자 사이에는 배우자 등과 자손을 남기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만, 성적인 관계를 허용하고 있다. 이것은 출가수행자의 금욕에 비하여 훨씬 느슨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재가신자라도 엄격하게 금욕을 추구하는 사람은 이성간에 거리낌 없는 스킨쉽(skinship)을 꺼린다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금욕은 불살생과 똑같이 엄청나게 중요시하여, 재가신자라도 마치 출가수행자처럼 평생 독신으로 사는 사람이나 자손을 남긴다는 목적을 이룬 뒤에는 일체의 성 관계를 끊는다는 맹세를 다시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Wiley 2009 ; 59, 66]
4 출가란 – 출가수행자의 특징
마하비라가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행자(苦行者)가 되었듯이, 속세 속에서 벗어나 고행의 생활로 들어가는 것을 「출가(出家)」라고 한다. 출가수행자의 수는 재가신자에 비하여 지극히 작은 수에 불과하고, 던데스(Dundas, 2002 : 304)가 이야기기한 바에 따르면, 자이나교의 어떤 종파의 인구가 전부 5만 명인데, 그 중에서 남성 출가수행자는 대략 150명 정도이고, 여성 출가수행자는 550명 정도다고 했다. 다른 자이나교의 종파도 이와 비슷한 비율로 그리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 여성 출가수행자의 수가 남성 출가자의 수보다 3~4배가 된다는 것이 큰 특징이며, 마하비라의 전기(傳記)에서도 이미 이와 비슷한 경향이 보인다는 점에서 참으로 흥미롭다.
출가수행자는 원칙적으로 한번 출가한 뒤에 어지간한 이유가 없지 않는 한, 재가신자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다(*5). 마하비라의 경우와 똑같이, 출가는 인생에 있어서 한번 뿐인 행위이다. 또한 출가수행자는 특정한 지도자가 이끄는 집단에 속하지만, 대개는 몇 사람부터 10여명 정도의 사람이 하나의 단위가 되어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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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교의 스님처럼 절에 머무는 일 없이, 가족과 떨어져서, 평생 동안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유랑 생활로 보낸다. 성적 금욕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기에, 말할 것도 없이 전 생애를 독신으로 살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상황에서 보면, 백의파도 공의파도 별로 다른 것이 없지만, 지금부터는 주로 백의파의 전통에 따라서 출가수행자의 특징에 대해 논하려고 합니다.
1 왜 출가하는가 – 윤회와 업에 대한 이론
마하비라의 생활방식이 자이나교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삶의 방식이고, 그가 했던 것처럼 수행생활을 하면 윤회(輪廻)로부터 해탈(解脫)을 달성한다는 것이 출가의 최종적인 목적이다고 한다. 하지만 왜 수행을 하면 해탈을 달성할 수 있는가. 자이나교에서 수행의 실천을 원인으로 하고, 해탈을 결과로 하는 인과관계는 「업(業)」에 관한 특수한 이론으로 연결되어 있다.
자이나교의 가르침에 의하면, 「업」이란, 지극히 미세한 물질이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활동하면서 업이 우리의 영혼(靈魂, 지바) 속으로 들어와서 들러붙는다고 한다.
지바(영혼)는 일종의 생명의 원리와 같은 존재인데, 업이 전혀 들러붙지 않은 본래의 상태에서는 위로 올라가는 성질을 가진다. 하지만 이 지바(영혼)에 업이 들어오면서, 그 위로 올라가는 성질에 제한을 받게 되고,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윤회의 세계를 헤매게 된다고 한다. 자이나교의 세계관에서, 이 세상은 몇 개의 계층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빌딩(건물)과 같은 것입니다(사진5). 인간이 생활하는 장소는 이 빌딩과 같은 장소에서 한가운데에 해당하는 한개의 계층에 머무는데 불과하다. 이 계층보다 아래가 지옥이고, 이 계층의 위쪽이 말하자면 하늘의 세계이다. 우리는 업이 우리 영혼에 들어와 부착된 정도에 따라서,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날 때마다, 이러한 계층을 오르거나 내려가는 윤회를 반복하는 셈이다.
사진5 – 자이나교의 세계관에 따라서 우주의 전체 모습을 모방한 건물(웃타루푸라데슈주 하스티나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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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세상의 가장 높은 장소에는 특별한 곳이 있고, 지바(영혼)가 본래처럼 아직 사용하거나 건드리지 않은 상태로 될 수 있다면, 그곳에 도달하여, 두 번 다시 그곳에서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그런 뒤에는 어떤 사람이라도 다시 태어나 죽는 윤회를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윤회로부터 해탈이다 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자신의 지바(영혼)에 업이 전혀 부착되지 않은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 자이나교에 있어서 궁극적인 목적이다 라고 할 수 있다(*6)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먼저 업이 지바(영혼)에 들어오는 것을 막고, 지바(영혼) 속에 남아있는 업을 완전히 소멸시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출가한 뒤에 수행 생활을 하는 것이야말로, 이러한 해탈에 다가가는 과정(process)을 가능하게 한다고 자이나교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2 출가의식
출가하여 자이나교의 수행자가 되고자 하면, 이미 출가하여 수행자에게 일정한 의식이 집행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보통 출가 의식을 맡아서 책임지는 사람은 그 집단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는 출가수행자이지만, 의식의 내용 그 자체는 백의파와 공의파, 그리고 게다가 각 분파와 지역의 공동체(즉 코뮤니티, community)에 따라 다양합니다. 의식을 받을 수 있는 나이도 여러 가지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자이나교의 텍스트에는 8살이 출가가 가능한 최소 나이로 여깁니다. 그러나 의식을 해주는 지도자 중에는 조금 더 나이를 먹어야 출가 의식을 받을 수 있다고 허가하는 자도 있습니다. 또는 출가가 가능한지 아닌지는 부모가 책임지며, 부모의 허락을 얻는다면 나이가 어려도 출가를 허락하는 지도자도 있습니다.
백의파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어떤 일파는 출가의식은 비공개 부분과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Wiley 2009 : 80]. 의식의 순서와 내용은 지방의 관습 등에 따라서 다른 경우도 있지만, 비공개 부분에 대해서는 전통에 기초하여 아주 엄격하게 정해져 있고, 같은 계통 속에서는 공통된 의식을 행합니다. 보통 출가하기 수일 전부터 의식이 시작되고, 출가예정자는 출가에 앞서 축하연을 크게 벌립니다. 출가를 한다 또는 출가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경사스런 일이고, 출가자 본인이나 가족에게는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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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전날에는, 출가하는 사람은 마하비라 등 티루탕카라(구제자 救濟者)의 작은 이야기(에피소드, episode)를 모방하여, 줄지어 참가하는 행렬 속에서 모든 재산을 버리는 행위를 한다. 필자가 참가한 경험에 비추어보면, 출가하는 날에 해가 떠오르기에 앞서, 오전 4시경부터 행사가 시작되었다. 이것은 마치 퍼레이드처럼, 출가 예정자는 진짜로 마차를 타고, 남성용 와이셔츠 등의 의복이나 일용품, 그리고 드럼통 크기의 용기에서 한 줌의 쌀을 손으로 움켜쥐고 참가자들을 향하여 멀리 던지지고 했다. 그 날에는, 출가하는 자는 인도의 신랑, 즉 터번을 두른 왕자와 같은 모습이나, 신부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복장으로 몸을 단장하여, 행렬에 참가한 재가신자와 의식을 집행하는 지도자를 비롯한 출가수행자 등이 모인 회장(사진6)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출가수행자의 의복과 도구를 준 뒤에, 일단 퇴장하여, 밀실에서 비공개의 의식을 집행한다. 이 비공개 의식에 대하여, 출가하는 자는 머리를 깍고(*7), (일부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뽑아낸다), 주어진 의복을 몸에 두르고, 새로운 이름을 주어서 출가수행자의 모습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그런 뒤에 다시 집회장으로 돌아가서, 여러사람이 보는 가운데 지도자에 의해서 출가가 끝났다고 높이 선언하고, 참가자로부터 축복을 받습니다.
윌리[Wiley 2009 : 80]에 의하면, 이 최초의 출가의식 뒤에는, 단식, 기본적인 가르침 그리고 출가수행자의 행동에 관한 규칙(rule), 출가수행자가 반드시 해야할 6가지 일과에 대해서 학습을 하는 기간이 6개월 동안 계속된다. 이 기간은 새롭게 출가한 자는 탁발하러 밖으로 나가지 않고, 그룹의 다른 멤버로부터 모아 온 밥을 받아 먹는다. 이 기간에, 새로 들어온 출가수행자가 출가생활에 대한 굳은 결심을 계속 유지한 끝에, 그들은 최후의 출가 의식을 받게 된다. 이 의식에 따라 최종적으로 출가한 자는 정식으로 출가수행자의 다섯가지 맹세를 받고, 남은 인생을 수행 생활로 보낸다는 것을 동의한다.
사진6 – 출가식을 하는 집회장 (쿠쟈라토주 아메다바도의 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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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의식에서 출발한 자이나교의 출가 수행자의 모든 생활은, 문헌에서 바탕을 둔 연구, 그렇지 않으면, 현장 조사(field survey)에 바탕을 두고 연구할 때에 중요한 대상이 됩니다. 여기에서 그 전부를 이야기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지금부터는 자이나교에서 백의파에 속한 출가 수행자의 생활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한 특별적 요소로 여겨지는 「불살생의 실천」, 「가질 수 있는 물품」, 「금욕」 그리고 「유랑」에 대하여, 각각 간결하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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